
등록일 : 2016-11-18
조회 : 1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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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 STORY] 셰프의 비법에 숨어있는 식품화학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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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있는 셰프 한 명이 열 방송인 부럽지 않을 정도로 셰프의 전성시대가 된 듯하다. 요리가 방송 콘텐츠화 되면서 일부 셰프들은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쇼맨십을 발휘하고 있기도 하다. 이에 일부에서는 자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 예로 셰프 강레오와 최현석의 소금 뿌리는 방식을 들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저렇게 경박스럽게 만드는 음식은 뭔가 정통에서 벗어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과연 셰프들의 조리법은 쇼맨십에 불과한 것일까?
단백질 응고의 원리, 리코타 치즈
요란하게 소금 뿌리는 것으로 논란이 되었던 최현석 셰프는 2014년 올리브쇼에서 리코타 치즈를 간단하게 만드는 방법을 시연했던 적이 있다. 리코타 치즈는 생치즈의 일종으로 유청(훼이, whey)을 원료로 이탈리아에서 최초로 만들었고, 일반적인 치즈와는 달리 발효과정이 없는 대신 식초나 레몬즙으로 응고시킨 후 틀에 넣고 압착하여 만드는 것이다. 일반적인 치즈는 렌넷이라 부르는 응유효소를 우유에 첨가하여 카제인 단백질을 일부 절단함으로써 단백질을 구성하는 폴리 펩타이드 사슬을 풀어내는데, 이때 펼쳐진 폴리펩타이드 사슬이 상호작용 해 응고하는 원리로 만들어진다.
그러나 리코타 치즈는 이러한 효소 반응 없이 단백질에 산을 첨가하면 산도가 높아지게 되고, pH4 정도에서 용해도가 최고로 낮아져 응고 침전되는 원리에 의해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리코타 치즈는 부드러우면서도 상큼한 맛이 나기 때문에 느끼한 우유나 크림 풍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쉽게 먹을 수 있다.
가정에서 치즈를 만들 때 발효를 해야 할까 효소를 써야 할까 고민하다가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레시피로 만들기는 하는데, 발효기술이나 효소 프로세싱 기술, 우유를 제외한 다른 원료의 첨가 기술 등에 따라 판매하는 제품과 풍미가 달라지다보니 초보자가 선뜻 접근하기 힘든 것이 치즈 만들기이다. 그러나 방송에서 셰프가 우유와 레몬즙, 식초만으로 간단하고 편할 뿐만 아니라 맛도 있는 치즈 만드는 방법을 소개해 소비자들이 치즈에 대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지 않았을까?
대기업도 사용하는 백종원의 멸치육수 만드는 법
칼국수를 끓일 때 필요한 멸치육수, 보통 가정에서는 내장을 제거한 멸치를 적당량 물에 넣고 충분히 끓임으로써 육수를 우려낸다. 그러나 ‘집밥 백선생’에서 백종원이 소개한 멸치육수 간단하게 만드는 비법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통상적인 방법보다 참신했다. 멸치를 우려내는 것이 아니라 멸치를 분쇄기로 통째로 분말화한 것이다. 방송에서는 육수를 우려낸 멸치 처리가 간단해서 좋다고 장점을 소개했지만, 과학적으로 분석해 보면 맛을 더 진하게 낼 수 있는 비결이었다.
보통의 마른멸치는 수분이 10% 내외로 이 상태로는 가정용 믹서에서 잘 분쇄되지 않는다. 그래서 멸치를 살짝 볶은 후 분쇄를 했는데, 이게 신의 한 수로서 멸치의 맛을 더 돋우는 필수 조리과정이 되었다. 천연조미료를 만들 때도 몇몇 재료는 볶아 준비하면 맛이 더 진해지고 감칠맛이 상승한다. 표고버섯ㆍ멸치ㆍ새우ㆍ깨ㆍ콩ㆍ보리ㆍ현미 등이 이런 가공이 가능한 원료인데, 볶거나 불에 구울 경우 일단 재료 내 아미노산과 당이 반응하여 독특한 향미를 발생시킨다.
두 번째로 몇몇 성분은 열분해가 일어나 소화가 쉬워진다. 미각기관은 고분자보다는 저분자일 때 더 잘 반응하기에 풍미가 볶기 이전보다 훨씬 높아지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해서 식품회사들은 몇 가지 재료를 섞어 가열처리함으로써 제품 고유의 향미를 만들어왔다. 간단한 원리지만 일반 소비자들이 잘 알 수 없었던 것은 ‘Reaction Flavor’나 ‘roasting’ 같은 외국어를 사용하여 그 과정을 설명함으로써 혼란을 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백 선생 레시피에서 볶음 다음 과정은 분쇄인데, 실제 시판되는 조미료에는 다양한 분말원료가 많이 사용된다. 추출분말이 사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원물 그대로의 분말을 사용하면 끓일 때 물 분자와의 접촉면이 넓어져서 짧은 시간에 잘 추출되고, 원물이 가지고 있는 맛 성분 중 물로 추출되지 않는 성분도 이용할 수 있으며 남은 분말이 재료의 물리적 식감마저 살릴 수 있기 때문에 그냥 육수만 내는 것보다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쫄깃한 메밀국수에 숨어있는 단백질 과학
메밀은 글루텐이 없고 불용성 식이섬유 함량이 높아 반죽을 만들면 밀가루처럼 찰진 반죽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부족한 찰기를 보충하기 위해 보통 밀가루를 섞는다. 그러나 2014년 4월 생활의 달인을 통해 방영된 메밀국수의 달인은 메밀국수를 만들 때 계란물로 반죽을 하여 부족한 찰기를 보완해주는 노하우를 보여줬다. 계란물은 부족한 찰기를 단백질이 보완해 주는데, 밀가루 글루텐의 질긴 식감이 아니라 부드럽고도 쫄깃한 식감을 주는 것이다.
국내 식품업계에서는 계란 단백의 이용범위가 그리 넓지 않지만, 일본에서는 면뿐만 아니라 다양한 식품에 널리 활용하고 있다. 메밀면 반죽에 계란단백을 사용하는 방법은 국내 어느 요리책에도 소개되어 있지 않지만, 해당 달인은 고유의 노하우로서 경험적으로 알아내어 실전에서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가공식품 회사에서 배울만한 노하우가 아닐까?
식품조리와 식품가공학, 식품화학은 서로 다른 학문이 아니다. 집에서 요리하는 것과 식당에서 조리하는 것, 식품회사에서 설비로 가공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볼 때 같은 원리이다. 그러나 소량을 손으로 직접 조리하던 것을 대형 설비를 사용하여 처리하는 데는 다소 어려움이 있기에 셰프들이 식당에서 조리하는 것과 가공식품 회사의 식품 가공은 서로 다르게 취급될 때가 많다.
최근 셰프들의 인기를 바탕으로 먹방ㆍ쿡방이 인기를 끌면서 그들의 이름에 로열티를 주고 만든 브랜드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셰프들이 새로운 식품 신제품 개발과정에 참여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앞으로 사용되고 있지 않았던 방법을 새롭게 발굴할 수 있는 기회도 상당히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기회가 많이 발굴되어 정체된 국내 식품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