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록일 : 2017-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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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저: 조선일보>
고속철(KTX) 나주역에서 자동차로 15분쯤 남쪽으로 달리다 보면 논밭을 지나 공터에 공장과 사무실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곳은 '나주 에너지밸리'로, 에너지 관련 중소기업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나주시 동수동에 자리 잡은 송배전 기기 중견기업 보성파워텍은 '에너지밸리' 1호 투자 기업이다. 본사는 경기 안산에 있다. 지난해 4월 100억원을 들여 나주 공장 공사에 들어가 지난 5월 준공했다. 연면적 6만1975㎡에 이르는 나주 공장에서 현재 배전 설비용 개폐기, 변압기 등을 만들어 납품하고 있다. 앞으로는 에너지 저장 장치(ESS)용 전력 변환 시스템, 전기차 배터리 등 에너지 신산업 시대에 걸맞은 제품군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계획. 한봉호 보성파워텍 이사는 "에너지 격변 시대에 생존하려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관련 산업 밀집지가 필요했다"고 이전 이유를 설명했다.
에너지밸리는 나주혁신도시를 포함, 나주혁신산단과 광주국가산단 등 전체 1087만㎡를 아우르는 지역을 일컫는다. 에너지 관련 기업들을 모아 미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글로벌 에너지 허브(hub)로 키우겠다는 야심이 담긴 말이다.
보성파워텍뿐 아니라 네오피스, 이디에스 등 중소기업에서 LS산전과 한화에너지, 효성중공업 등 대기업까지 지난 2년간 에너지밸리 입주를 확정한 기업은 11월 현재 280곳에 달한다. 미국 GE와 일본 알프스, 독일 ABB, 스위스 BMF 등 외국 기업들도 가세했고, 독일 지멘스도 연구센터를 세우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지금까지 에너지밸리에 민관이 투자한 규모는 1조1839억원. 고용 창출 효과는 7630명에 이른다는 게 한전 추산이다.
전남도·광주광역시와 나주시는 입주 기업에 법인세와 재산세, 취득·면허세 감면 조치로 역시 기여하고 있다. 2022년까진 전남이나 광주에 '한전공대'(가칭)를 세워 실리콘밸리 스탠퍼드대처럼 에너지밸리에 우수 인재를 공급하는 산실(産室)로 만들 계획이다.
에너지밸리 덕분에 나주시도 다시 살아나고 있다. 나주시 인구는 1960년대 초만 해도 25만명에 이르렀으나, 이농(離農)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인구가 줄어 2004년 9월 인구 10만명 선이 무너졌다. 2013년엔 8만7000명까지 내려갔다. 그러다 나주혁신도시와 에너지밸리가 정착하면서 지난해 4월 12년 만에 다시 인구 10만명을 회복했고, 올해는 11만명을 바라보고 있다. 공공기관뿐 아니라 기업체까지 옮겨오자 지방 재정도 좋아졌다. 나주시 2014년 세입은 5932억원이었으나 2017년 기준 8000억원(예상)으로 3년 새 2000억원이 늘었다.
조환익 한전 사장은 "에너지밸리가 글로벌 에너지 허브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관심을 쏟아야 한다"면서 "에너지밸리 육성은 단순한 지역 어젠다(agenda·의제)가 아니라 국가 어젠다로 설정하고 추진해야 하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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